본문 바로가기

뻘글(잡생각)

올해의 音MAD 10선 2024

(PC환경에서 열람하시는걸 추천드립니다.)

 

 안녕하세요, Sky Bean입니다.

 어쩌다 보니 블로그를 1년 넘게 방치해뒀더군요.

 사실 1년간 아무것도 안 쓸 생각은 아니었는데.. 제가 쓴 글 다시 보는게 너무 부끄러워서 차마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당장 지워버리고 싶은 느낌도 들지만.. 그러진 않을거고요.

 그래도 뭐 어쩌겠습니까, 할 건 해야죠?


올해의 音MAD 10선 2024

 네, 아무도 시키진 않았지만.. 어쨌든 이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뭐 이번에도 국내합작만 주구장창 늘어놓고 감상평 남길거냐? 라고 한다면.. 사실 어느정도 맞다고 볼 수도 있는데, 그래도 작년이랑은 좀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작년에도 그랬듯, 100% 제 주관대로, 그 어떤 분류 기준 없이 오로지 그냥 마음에 들었던 작품들 10개만 꼽을 생각입니다만, 그래도 나름 '마음에 든다'라는 기준을 이번엔 다르게 두었기에 변화가 생겼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럼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작년과는 저의 작품 감상 포인트에 어떤 차이가 생겼는지 한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작년과 감상에 있어 생긴 차이점

 작년에 저는 그동안 보던 제작자 위주로 본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지금이라고 해서 이 습관이 완전히 고쳐졌는가? 라고 한다면 그건 아닙니다만, 그래도 일단 어느 정도 이를 개선해 보기 위해 눈에 보이는 국내 합성러는 죄다 구독해 본 뒤 틈만 나면 구독 목록을 확인해 최소한 이런 작품이 올라왔다는 것 정도는 확인해 보고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해도 뭐 썸네일까지만 다 보고 결국 시청하는건 보던 분 작품만 보게 되는거 같기는 합니다..

 또한 잘 모르는 소재 혹은 곡은 꺼리는 경향에 대해서는, 사실 변화가 없습니다. 합성계에서 아무도 안 쓴 곡으로 작품 하나 만든 놈이 할 소린가 싶기는 하겠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겁니다. 제가 보고싶은거 볼래요..

 개인작보다 합작을 선호하는 경향의 경우, 다른 의미로 고쳐졌습니다. 헛짓거리 하나 하느라 합작을 너무 많이 봐서 질린건지 이젠 딱히 그 어느 것도 우위에 있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언어의 장벽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확실히 차이가 생겼습니다. 작년에는 제가 친목서버도 죄다 나가있었던지라 완전 혼자서 유튜브에 뜨는(=국내 위주의, 내가 아는 작자의) 작품만 보게 되었던 반면, 복귀 이후에는 지인들과 같이 디스코드 화면 공유 등으로 합작을 감상해 보는 기회를 통해 외국의 音MAD들도 여러 개 접하게 되었는데, 단순히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도 '좋다'고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꽤나 접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다른 요인으로는 제 일본어 실력이 손톱만큼이지만 늘었었던 덕도 있었고요(사실 해외 音MAD 시청을 통해 같이 늘어난 감도 있긴 합니다). 다만, 제가 직접 니코동을 들어가서 본다거나 하는 건 아닌지라 시청 작품의 풀은 여전히 매우 좁긴 합니다.

 즉 종합하자면, 딱히 큰 차이는 없는데 외국 작품도 좀 보게 됐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별거 없는 내용으로 몇 줄이나 낭비한건지 모르겠군요! 그렇다면 얼른 작품 선정 기준으로 넘어가도록 합시다. 2023년과의 차이점을 중점으로 작성하였습니다

1. 한국어 화자가 이해 가능한 작품일 것 삭제
2. 내가 제작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
3. 음원only, 영상only 제외 삭제

 2023년과는 꽤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1번의 경우는 사실 제가 언어의 장벽이 감상에 미치는 영향을 느껴봤기에 되도록이면 유지하고 싶었지만, 너무도 같이 공유하고 싶던 해외 작품들이 꽤나 많아서 고민 끝에 삭제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번은 뭐 당연히 넣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사실 2번 조건 때문에 제외된 좋은 작품들이 좀 많아 아쉽긴 합니다. 3번의 경우, 작년의 저는 음원을 들을 줄 모르기에 음원only는 배제했다고 했는데, 뭐 지금이라고 해서 귀가 막 트였냐? 라고 한다면 그건 아닙니다만.. 어느정도 음원 제작도 시작해 놓고 해당 항목을 유지하긴 좀 그래서 해당 부분을 뺐습니다. 물론 음원only가 후보에 포함이 가능하다는 거지, 10선 중에 그런 작품이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영상only는 애초에 '音'MAD라고 부를 수도 없으니(물론 저 개인의 생각입니다) 자연히 언급할 필요도 없어 제외하였습니다. 요약하자면, 제가 만들거나 참여한 게 아니면 뭐든지 후보에 들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작품을 위주로 뽑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정해 두고 가야겠죠. 이것도 좀 차이가 있을 예정입니다.

가치 있는 작품

 가치 있는 작품이란 뭘까요? 사실 2023년에도 같은 말을 하긴 했습니다. '해당 선정작들은 한 번쯤 볼 가치가 있다'라고요. 저때의 제가 생각한 작품의 가치란, 뭐 그렇게 크거나 거창한 건 아니고, 작품에 담긴 정성, 참신함, 작품의 확고한 컨셉과 같은 것을 대충 뭉뚱그려 설명한 단어라고 보시면 됩니다. 뭔가 짜친다고 여겨지신다면 단순 제 어휘력 이슈입니다. 어찌되었든, 이번 선정작들 역시 한 번쯤 집중해서 시청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꼭 봐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에 작품을 소개할 때는 간단히 제가 어떤 부분에서 가치를 느꼈는지 한 줄 정도로 남긴 뒤, 이에 대해 감상을 남기는 식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한 소리믹스2024 소리MAD 대상 이벤트가 지난 12월 21일에 공개되었는데, 작품 선정 및 이 글의 작성은 그 이전에 완료되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2024 소리MAD 대상 투표에서 진행한 '작품 코멘트' 역시 제가 그냥 이 글 쓸 때 한줄평이 해 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우연히 겹쳐서 놀랐네요..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바로 가보도록 하죠. 작품들은 투고일 순으로 배열하였고, 작품의 메인 링크는 유튜브/니코동 중 더 먼저 투고된 쪽을 수록하였습니다. 합작의 참가자 수는 따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 참가자 목록을 하나하나 카운팅한 부분인지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ちっちゃなヒナ

자그마한 히나


기본에 충실한 채 이루어 낸 변주는 우리에게 자그마한 감동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첫 번째 작품은 서노님의 'ちっちゃなヒナ', 번역명은 '자그마한 히나'입니다. 2월 19일에 투고되었습니다.

 서노님의 제작 후기글을 통해 알 수 있듯, 해당 작품은 곡과 소재의 조화만으로도 만들어야 할 명분을 충분히 제공하였기에 그 어떠한 개사 없이 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더욱더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고도 생각하는 바입니다.

 사실 작품의 구성 자체는 그렇게 할 말이 많을 정도로 화려하거나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원작의 재현에 충실한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곡 자체를 통해 전해지는 감동과, 원곡의 간주 부분을 피아노 어레인지로 바꾸는 변주를 통해 자아내는 감탄은 이 작품을 10선에 포함하기 위한 충분한 역할을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복잡하지 않기에 더욱 마음에 와닿았달까요.

 여담으로 해당 작품의 제작자분이 현재 3년 연속으로 소스로 쓰인 블루 아카이브의 '히나'의 생일마다 작품을 하나씩 올리시는 중인데, 다음 생일에는 또 어떤 대단한 걸 들고 오실지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イワシがつちからはえてくるんだ

정어리가 땅 속에서 솟아난다


모두가 아는 곡의 새로운 해석은 언제나 우리를 즐겁게 해 줍니다.

 

 두 번째 작품은 しふお님의 'イワシがつちからはえてくるんだ', 번역하자면 '정어리가 땅 속에서 솟아난다'입니다. 3월 17일에 투고되었습니다.

 작품 자체의 제목이기도 한 '정어리가 땅 속에서 솟아난다'는 해당 작품에 쓰인 곡의 제목인데, 2012년 12월에 투고되어 그 이래로 수많은 音MAD를 낳았을 정도로 합성계에서는 꽤 오래 쓰여온 곡입니다. 그만큼 형식 역시 꽤나 정형화되어 있는 편이며, 이에 따라 해당 곡을 사용한 작품들은 대체로 화려한 영상에 집중한다기보다는 다채로운 소스의 활용에 중점을 두는 편입니다(사실 제가 평소에 이 곡을 사용한 작품들을 챙겨보거나 하지는 않은지라, 이는 다소 부정확한 분석일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흔히 말하는 사골곡, 또는 YTPMV용 곡이죠.

 그러나 이 작품은 오히려 그 점을 역이용한 듯, 제작자 특유의 매우 화려한 영상미를 살려 흔히 알고 있던 정어리 MAD와는 다른 새로운 맛의 작품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사골)곡의 재해석류 작품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처음 보고 하이라이트 부분 영상에 압도되었을 때의 감상은 아직도 생생하네요.

 그렇다고 영상만 번지르르한 것도 아닙니다. 일본어를 모른다 하더라도 느낄 수 있는 꽤나 준수한 조교, 음원을 모른다 하더라도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음향은 정말이지 작품을 볼 때 (의도적인 건 아니지만) 영상에 중점을 두는 저로 하여금 이 작품을 완벽하다 느끼게 해줄 정도로 매료시켰습니다.

 여담으로, 해당 작품의 제작자 しふお님의 다른 영상들 역시 하나같이 제 취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음원, 영상 모두에 있어 독보적인 스타일로 독보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는 제작자 중 한 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死死死死


여러 작품들의 다양한 재구성으로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였습니다.

 (아쉽게도 네 번째가 아닌) 세 번째 작품은 24명의 신용가능자들이 제작한 '死死死死'입니다. 4월 4일에 렌더 채널에 투고되었습니다.

 우선 사담으로 시작하자면 제가 합필 소재를 좋아하는 줄 아는 분들이 많은데, 얼마 전까지는 확실히 저도 그랬다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사실 요새는 그닥 별 생각 없습니다. 합필도 결국 많고 많은 소재들 중 하나 정도의 감상이 전부입니다.

 따라서 이 작품을 선정한 데에는 따로 제가 이호성 소재가 좋아서 골랐다기보다는, 소스로 쓴 소재를 잘 표현했고, 그에 따른 퀄리티 역시 좋았으며, 모든 파트들이 마치 한 작품을 보는 듯 그 유사한 스타일이 이어짐에 따라 다같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합작'의 정체성을 확고히 한 점이 마음에 들었기에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확고한 컨셉의 작품'을 선호합니다. 어떤 컨셉으로 이 작품을 만들고자 했는지가 직관적으로 전달되면 저는 좋게 봅니다(물론 제게 직관적으로 전달되지 못한 작품은 그저 제가 이해하지 못했을 뿐, 안 좋은 작품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4분 44초 길이의 합작 내내 이어지는 섬뜩한 연출들은 해당 작품의 컨셉을 확고히 하는 데 충분한 역할을 수행했으며, 이러한 작품이 24명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사람의 손에서 나왔다는 점은 저로 하여금 이 합작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개그콘서트


모두가 아는 오랜 소스의 확장을 통해 작은 메세지를 남겨주었습니다.

 네 번째 작품은 Daon님의 '개그콘서트'입니다. 7월 15일에 투고되었습니다.

 현재 국내 音MAD 제작자의 연령대를 생각한다면, 개그콘서트를 안 보긴 했어도 존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안 본 사람도 사실 거의 없을 것 같다고 생각은 하는데, 꽤 어린 분들도 은근 많을 것 같아서 일단 저렇게 썼습니다.

 어쨌든 국내 音MAD에서 개그콘서트 소스는 '달인' 코너의 병만로이드, '고집불통' 코너의 태원로이드를 중심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보통 이 두 개 이외의 코너에서는 그렇게 다양하게, 많이 쓰이는 소스는 아니었죠.

 이 작품의 도입부에서도 김병만을 중심에 둔 채 제목을 '병만로이드'라 하고, 김태원을 중심에 둔 채 제목을 '태원로이드'라 하는 연출을 통해 이러한 점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해당 연출 이후 여러 개그콘서트 코너들로 대사나열을 시작한 뒤, 하이라이트 전반부에선 개그콘서트의 내적 문제를 비판하는 가사가 나오고, 후반부는 외적 문제를 비판하는 가사가 나온 뒤 제목이 '개그콘서트'로 바뀝니다. 이를 통해 제가 느낀 이 작품은 소스 확장을 시도했을 뿐 아니라, 개그콘서트에 보내는 메세지 역시 담고 있는 점이 마음에 들어 올해의 音MAD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찰진 반주나 영상의 인물들이 고개 까딱거리는게 재밌기도 했고요. 참 마음에 드는 작품입니다.

 

 

 

대정령 - 팬서비스


작품에 드러난 압도적인 퍼포먼스와 기술적 진보는 그의 이야기를 완벽히 전달해 주었습니다.

 다섯 번째 작품은 사이키라님, 루klng LNG님으로 구성된 팀 우리는 슈퍼 루키라의 '대정령 - 팬서비스'입니다. 8월 10일에 '2024 소리MAD 가요제'를 통해 공개되었으며, 위의 단품은 일부 수정 후 8월 17일에 다시 투고된 영상입니다.

 그냥 말이 안 됩니다! 저는 2024 소리MAD 가요제를 생방송으로 보았는데, 해당 작품을 보면서 온몸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너무 좋아서..

 작품에 대한 분석은 굳이 제가 할 필요 없이 제작자 중 한 분인 루klng LNG님의 후기글을 통해 확인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따라서 왜 이 작품을 골랐는지에 대해서만 간략히 설명하고 넘어가죠.

 제가 작년에 대정령 소재의 단일곡 합작인 G-맨 합성종결자 +를 10선에 수록했는데, 솔직히 그때도 네타로서의 대정령에 대해서만 어느정도 알게 되었지, 대정령이라는 방송인에 대해서는 그닥 잘 알게 된 편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그냥 대정령 쓴 작품이겠거니 하고 생방송의 마지막 작품을 보기 시작했는데.. 1차 하이라이트의 괴성조교와 함께 나타난 폭발적인 연출, 그리고 2차 하이라이트의 깔끔한, 그렇기에 소름돋는 퀄리티의 조교를 보여준 뒤 화려하면서도 감동적인 영상과 함께 끝맺는 이 작품을 통해 정말 얻어맞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작품이 끝난 뒤에도 몇 분 정도 벙찐 채 있었던 것 같네요.

 사이키라님의 압도적 퍼포먼스, 루klng LNG님의 최전선에 있는 기술력, 그리고 두 작자 모두가 공유한 音MAD 작자로서의 역량이 만들어 낸, 정말 최고의 작품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컨으로 먹고먹고 점프폭탄탄


원작의 요소들을 하나하나 소스와 완벽일치(완전뻥)시킨 제작자의 정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여섯 번째 작품은 사이키라님의 '신컨으로 먹고먹고 점프폭탄탄'입니다. 10월 19일에 투고되었습니다.

 바로 위에 사이키라님이 만든 대정령 소스 작품이 있는데, 왜 또 보이냐고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둘 다 너무 좋아요!

 작품의 킬링포인트를 하나하나 다 집으면 작품 전체를 언급해야 할 정도로 꽉 차있는 드립들이 하나같이 제 취향을 저격한지라 고르게 되었습니다. 드립뿐만이 아니라, 대정령의 여러 대사와 장면들을 해당 작품의 곡이 OP로 쓰인 애니메이션 '사슴 아이 어슬렁 어슬렁 호시탐탐'의 장면들과 1대1로 대응시킨 점이 정말 말도 안되게 좋습니다. 이런 작품을 만든 제작자분의 정성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그냥 좋아서 선정한거라 딱히 할 말이 없네요.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시죠.

 

 

 

ブルアカイバー

블루 아카이버


제작자의 뛰어난 역량을 통해 드러난 소스와 곡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곱 번째 작품은 saklz(니코동 기준 54k12)님의 'ブルアカイバー', 번역명은 '블루 아카이버'입니다. 11월 20일에 투고되었습니다.

 해당 작품의 맨 마지막에는 원작자의 명단을 기재해 놓았는데, 개인적으로 처음 보고 '원작자가 음매드 만드는걸 도와줬어?'라는 생각을 당연하게 했을 정도로 원작의 재현도가 매우 높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소스로 쓰인 게임 '블루 아카이브' 관련 밈이나, 쓰인 곡 '메스머라이저'에 대해 하나라도 모른다면 단번에 전부 이해하기는 힘들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그 반대로 둘 다 알고 있다면 해당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쾌감은 매우 커집니다. 중간중간 매시업 형태로 섞여 있는 여러 곡들, 그리고 수많은 블루 아카이브 관련 밈들을 다 때려넣은 구성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러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드는 노력을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정말 자신이 만드는 작품에 대한 완벽한 이해애정, 그리고 이를 위한 구현력이 뒷받침되었기에 나올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메탈슬러그


작품 내내 몰아치는 분위기 속에서 드러나는 노하우는 우리 모두를 작품 속에 몰두하게 해 줍니다.

 여덟 번째 작품은 사이키라님, 수키엠님, 시즈무님으로 구성된 팀 대 정 령의 '메탈슬러그'입니다. 12월 1일에 경연합작 '라스트 원 스트림 2 - 예선전'을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아니, 사이키라님+대정령은 또 나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근데 어쩌겠나요? 누가 뭐래도 진짜 좋은 작품인데!

 제가 진짜 웬만하면 이런 근들갑 안 떠는데, 해당 경연합작이 다 공개되고 나서 단품 나올때까지 해당 부분만 20번은 돌려본 것 같습니다.

 곡으로 쓰인 '버그'는 音MAD에서는 꽤 자주 쓰인 곡입니다. 게다가 곡 특성상 이 곡을 쓴 여러 작품들의 분위기 역시 대체로 기괴한 연출, 노이즈를 잔뜩 끼운 오버레이를 쓰는 식으로 정형화되어있죠. 그러나 이 작품은 그러한 분위기를 그대로 따라갔다기보다는, 좀 더 공포스러움에 집중한 연출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제가 이 작품을 선정한 이유가 단순히 분위기의 전환만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이를 표현한 제작자들의 역량에 정말 큰 박수를 주고 싶어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속도감 넘치는 반주와 영상, 빌드업이나 하이라이트에 고루 퍼져 있는 특유의 원곡 가사를 이용한 말장난들이 정말 미친듯이 좋습니다. 이러한 개사 센스는 정말 갖고 싶은 노하우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경연합작의 예선전 제출용 작품임에도 이 정도의 퀄리티라니, 다음 라운드를 정말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딱히 특정 작자나 특정 소스를 여러 개 뽑으려고 생각한 건 아닌데, 작품들이 하나같이 진짜 거를 수 없는 제 취향에 딱 맞는 작품이다 보니 이런 일이 일어났네요. 다음에도 고를 기회가 생긴다면 좀 조정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ライターダンサー

라이터 댄서


한 줄로 정리할 수 없는 수많은 요소들을 통해 최고의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아홉 번째 작품은 寒暖님의 'ライターダンサー', 번역하자면 '라이터 댄서'입니다. 12월 7일에 투고되었습니다.

 사실 전 소재로 쓰인 마츠오카 슈조에 대한 네타는 거의 모릅니다. 근데 이런 언어의 장벽, 소스의 장벽을 한참 뛰어넘어 느껴지는 제작자의 정성, 작품에 담긴 뛰어난 역량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일본어와 슈조 네타를 모르는게 안타까울 지경입니다!

 보통의 라이어 댄서 MAD에서는 일정하고 간단한 형식을 띠게 되는 초반부에서부터 몰아닥치는 수많은 소스들과 역동적이고 퀄리티 높은 영상에 1차로 놀라며 기대치를 매우 높인 뒤, 이러한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하이라이트가 이어집니다. 그렇게 다른 작품들처럼 1절 하이라이트에서 끊는 줄 알았으나, 무려 전곡을 사용했다는 위엄을 깨달음으로써 2차로 놀라고, 작품은 중간에 폼이 떨어질 법도 한데 절대 그러지 않고 그 폼이 쭉 이어집니다. 그러다 '자그마한 나'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해당 작품의 원곡 '라이어 댄서'의 제작자 '마사라다'의 모든 곡을 매시업하는 미친 하이라이트에서 끊임없이 놀라게 만드는 이 작품은 그야말로 부족함 없는 육각형 작품이라고 부르기에 무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줄평에서 이 작품이 지닌 가치를 한줄로 어떻게든 요약하려고 했었는데, 도저히 할 수 없어서 포기하고 저렇게 적어버렸습니다. 音MAD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 봤으면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合作】魔法少女まどか☆マギカ -Puella Melodia-

【합작】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Puella Melodia-


아름답고 섬세한 구성의 작품은 모두의 영감을 자극하였습니다.

 대망의 열 번째 작품은 46명의 제작자분들이 제작한 '【合作】魔法少女まどか☆マギカ -Puella Melodia-', 번역하자면 '【합작】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Puella Melodia-'입니다. 12월 8일 しふお님의 계정에 투고되었습니다.

 이것도 사실 저는 소재로 쓰인 애니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줄여서 '마마마'에 대해서는 전혀 모릅니다. 그러나 역시 언어의 장벽, 소스의 장벽을 한참 뛰어넘어 느낄 수 있는 46명의 작자들의 소재에 대한 애정을 통해 이 작품을 10선에 꼽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마마마에 대해 잘은 모릅니다만, 합작의 구성, 그리고 이를 이루는 각 단품들 각각의 구성적인 측면에서 정말 말도 안 되는 퀄리티를 보여 준 작품이라 생각하여 고르게 되었습니다.

 각 단품들의 좋은 점을 하나하나 나열하면 이 글의 작성이 내년은 되어야 끝날 것 같기에 따로 구구절절 설명하진 않겠습니다만, 합작 자체의 좋은 점을 꼽자면 전체적으로 섬세하게 이루어진 구성이 좋았습니다. 시작부터 수준급 퀄리티의 일러스트가 몰아치며 기대치를 높이고, 1부에서는 다소 (합작 중후반부에 비해) 힘을 빼거나 작품 리메이크를 통해 빌드업을 쌓았으며, 2부에서는 분위기를 점점 무겁게 한 뒤, 3부에서는 이러한 분위기를 점점 해소한 뒤 밝은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그 마지막을 모종의 이유로 심각한 풍평피해를 당하기도 했던 마마마의 오프닝 'コネクト'를 통해 여운을 남기는 구성이 제게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의 엔딩크레딧 역시 합작이 보여주고자 했던 분위기를 그대로 구현한 듯하여 정말 좋았습니다.

 작년에 제가 'Z회 앵랑기'를 최고의 합작으로 꼽았는데, 그 마음에 변함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제가 Z회 앵랑기에 매력을 느꼈던 건 이런 합작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보여질 수 있게끔 치밀하게 짠 구성에 있기 때문이란 말이죠? 제게 이러한 치밀한 구성이 이 합작에도 드러났다고 생각하기에 Puella Melodia 역시 진짜 최고의 합작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합작이죠!

 

(25. 1. 10. 수정)

 작성일 기준으로 바로 어제 9일, 합작을 보다 못해 결국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열두 화를 정주행해 보았습니다.

 이 합작은 미쳤습니다! 스포일러 문제 때문에 많은 말은 못하겠지만, 진지하게 Puella Melodia를 최고의 합작으로 꼽고자 마음먹게 할 정도로 '마마마'를 완벽히 표현해 냈다고 생각합니다. 소재를 몰라도 전해지는, 오히려 작품 덕분에 소재에 대해 알고 싶어지게 만들어 주는 제작자들의 애정과, 그리고 소재를 알고 났을 때 보이는 합작의 치밀하면서도 변태적인,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구성은 이 작품을 기존에도 20번쯤 본 저를 다시 20번 정도 더 보게 만들어주는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Puella Melodia만 보신 분들은 언제 한 번 시간 날 때 '마마마'도 보고서 합작을 다시 보는 걸 정말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마무리

 올해의 音MAD 10선은 여기까지입니다.
 올해에는 정말 제 취향에 맞는 작품이 많이 나와서 좋았던 것 같네요. 선정되지 못했지만 제 마음에 들었던 작품도 정말 많습니다.

 그나저나, 사실 작년에는 10개의 작품을 고르고 글을 쓰는 데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할애했었는데, 올해에는 좀 대충대충 하다가 12월 다 되어서야 쓰기 시작한 감이 있어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선정작들도 잘 보면 하반기의 작품들이 대부분이고요.

 뭐 그래도 글을 급하게 썼을 뿐, 작품의 선정 자체에는 꽤나 많은 고민을 한지라 후회는 없습니다. 특히 작년처럼 10선이 합작으로 도배되지 않았다는 점만 해도 꽤나 잘 고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담으로, 앞에서도 언급했듯 2024 소리MAD 대상 이벤트가 해당 글의 작성 이후에 공개되었는데, 해당 이벤트에서 선정한 10선에는 서론에서 언급한 저만의 규정을 생각하지 않고 직접 골라서 넣었습니다(애초에 한국 작자의 작품만 고를 수 있었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투고 날짜가 같은 달에 두 개 이상 나온게 없어서 신기했는데, 언젠가 얘기할 기회가 생긴다면 해 보도록 하죠.

 올해와 내년에는 기존처럼 자유로운 작품 감상은 아마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라가 저를 부르는 바람에.. 그래도 가능하면 이런 10선같은 건 최대한 해보지 않을까 싶네요.

 

 어쨌거나, 2025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